동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항공기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으면서 각국 네티즌들이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를 통해 펠로시 의장의 행적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2일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미 공군 소속 C-40C 수송기의 항로를 지켜보고 있는 이용자는 18만 2000명에 달했다. C-40C 수송기는 펠로시 의장이 동아시아 순방에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진 항공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이날 오후 트위터에서 '미 공군의 C-40C 수송기 2대가 동시에 날고 있다'는 메시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언론의 관심은 더욱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C-40C 수송기가 2일 오후 3시 42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했다"며 "펠로시 의장이나 미 의회 대표단이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 또한 펠로시 의장의 항공기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처럼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그가 안전상의 이유로 대만 방문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4개국 방문 계획만 공개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2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후 이날 오후 10시 20분께 대만에 도착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대만행이 성사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간 긴장은 고조될 대로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날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하는 등 군사 도발의 수위를 높이면서 대만군 또한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 이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선례가 있으며 하원의장의 방문 가능성으로 현상이 바뀌는 것은 없다.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변화는 없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의장의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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