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산 메모리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수출제한 검토 대상은 128단 이상의 고성능 낸드플래시 생산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로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등 첨단 기기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분야를 겨냥한 모양새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낸드플래시에 대한 미국의 견제 심리가 깔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낸드플래시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약 14%에서 올해 23%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이 2.3%에서 1.6%로 쪼그라든 것과 대비된다. 특히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를 차지하며 점유율을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끌어올린 중국 YMTC는 웨스턴디지털(13%)과 마이크론(11%) 등 미국 업체들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문제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입이 막히면 한국의 반도체 제조사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군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에 대한 개별 제재와 반도체 장비에 대한 포괄적 수출 통제라는 두 가지 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두 번째 포괄적 안이 채택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도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최신 장비는 공정 전환이나 생산능력 향상에 필수”라며 “(미국의) 조치가 현실화한다면 사업 계획의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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