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북서쪽 북해 해상에는 수십 개의 섬이 늘어서 있다. 이 섬들 대다수는 무인도이고 사람들이 사는 유인도는 텍셀·플리란트·테르스헬링·아멜란트·스히르모니코흐 등 5개 정도다. 이들 가운데 가장 면적이 작은 곳이 스히르모니코흐섬으로 길이 16㎞, 폭 4㎞의 크기다. 거주 인구는 900명이 조금 넘어 네덜란드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섬의 명칭은 이곳에 있었던 수도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섬에는 기원전부터 원주민인 프리지아인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이 기원전 1~2세기에 바닷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만든 40m 길이의 제방이 발견되기도 했다.
스히로모니코흐섬은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현지인들은 물론 프랑스·덴마크 등 유럽 전역에서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해서다. 섬 북쪽에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해변이 펼쳐지고 남쪽과 동쪽에는 갯벌 습지가 널찍하게 조성돼 있다. 이 섬은 네덜란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자동차 이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차량을 소유하려면 거주민도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섬에서 관광객들은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2009년 유네스코는 갯벌 습지의 보존 가치를 인정해 이 섬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에너지 위기에 처한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스히르모니코흐섬 인근의 해상 가스전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해상 가스전 개발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정책 기조를 바꿨다. 이 가스전은 2024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네덜란드와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가스전 운영 기간은 2042년까지로 예상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에서 네덜란드처럼 가스 개발 사업을 승인하거나 재추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유럽을 반면교사로 삼아 에너지·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예산 확대, 세제 지원 등으로 민간의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을 적극 도와주고 공기업의 해외 자원 투자도 권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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