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과 비(非)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9월에 하루 1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찾아 증산 협조를 구했던 것에 비하면 증산 규모가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이날 개최한 증산 회의에서 9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에 10만 배럴씩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OPEC+의 7~8월 증산 규모인 일 64만8000배럴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자국 언론인 살해 배후로 지목받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며 큰 폭의 증산량을 기대했건 것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실상 증산 협조를 거절한 모양새다.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기후 담당 임원인 라드 알카디리는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의 증산량”이라며 “정치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에) 거의 모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보도대로 OPEC+가 ‘찔끔’ 증산에 그칠 경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은 더욱 험난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배럴 당 100달러 안팎을 오가는 국제유가 급등세가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만큼, 바이든 정부는 산유국의 증산에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현재 산유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도만 원유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가발(發)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나라한테도 OPEC+의 사실상 증산 ‘비협조’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ryesandno@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