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6일 오전 4시(이하 한국 시각) 크리스털 팰리스와 아스널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출범 후 31번째 시즌을 맞는 EPL 역사상 가장 이상한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문이다.
이번 시즌 EPL은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 일정으로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약 6주간의 강제 휴식기를 갖는다. 영국 매체 HITC는 “겨울에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을 경험하면서 축구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상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사실 시즌 도중 일정이 중단되는 건 EPL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축구 리그(풋볼리그 시절 포함)라는 자부심 아래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건 그들에게 숙명이었다. EPL이 오랫동안 겨울 휴식기를 거부한 것도 같은 이유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약 2주간 겨울 휴식기 도입을 결정했지만 EPL만의 전통인 박싱 데이 주간은 여전히 고집하는 중이다.
월드컵으로 인해 시즌 일정도 길어짐과 동시에 빠듯해졌다. 하계 올림픽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8월 중순 또는 말에 개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시즌은 이례적으로 8월 첫 주에 개막한다. 리그 최종전도 평상시보다 1~2주 늦어진 내년 5월 29일에 예정돼 있다.
이번 시즌 바뀌는 건 일정 중단 말고도 또 있다. 바로 교체 선수 확대다. EPL 사무국은 90분 경기 기준 3장만 사용할 수 있는 교체 카드를 5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19~2020시즌 교체 선수 5인 규정을 적용하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조치였다. EPL에서 3장의 교체 카드를 필드 플레이어에게 사용한 게 1995~1996시즌부터니 무려 27년 만의 변화다.
우리나라 팬들의 입장에서는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두 시즌 연속 득점왕 등극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지난 시즌 23골을 넣어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EPL 역사상 아시아 출신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최초다. 만약 손흥민이 2년 연속 골든 부트를 수상한다면 EPL 역사상 가장 이상한 시즌의 방점을 찍을 수 있다.
현지에서도 손흥민을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영국 통계 매체 더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말 EPL 개막을 앞두고 손흥민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살라흐와 함께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소개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데이비드 시먼과 데이비드 제임스도 이들 세 명의 선수를 득점왕 후보로 꼽았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브라질 레전드 카푸와 호베르투 카를로스도 살라흐 다음으로 손흥민의 이름을 언급했다.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2년 차 징크스 극복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여름 EPL에 입성한 그는 리그에서만 5골을 넣어 한국인 EPL 데뷔 시즌 최다골 기록을 작성했다. 프리시즌 도중 당한 부상이 걱정이었지만 이달 1일 파렌세(포르투갈)와의 친선 경기에 선발 출전해 페널티킥 골을 넣는 활약을 펼치며 개막전 출격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6일 오후 11시 사우샘프턴과 홈경기, 황희찬의 울버햄프턴도 같은 시각 리즈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새 시즌을 출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