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당뇨병 환자는 전년 대비 20만 명 이상 늘어난 353만 7000여 명이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높아졌을 때 생기는 질환이다.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치를 낮추는 단백질성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는 경우 발생한다. 당 수치가 높아지면 소변에 당이 섞여 나와 당뇨병(糖尿病)이라고 부른다.
당뇨병은 중년층에서 흔하다고 여겨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선천적으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은 소아에서 주로 발생한다. 반복적인 고칼로리 음식 섭취, 과체중, 비만 등 부적절한 식생활 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은 성인병이며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성인에서도 당뇨병 발생률이 높아져 전체 발병 연령층이 낮아지는 추세다.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며 균형 잡힌 식생활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은 특히 여름철에 관리하기 힘든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습도와 고온으로 인해 깊은 수면이 어려워 면역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잦은 갈증으로 탄산 등의 음료를 자주 마시고, 당도 높은 과일을 다른 때보다 많이 먹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여름철 건강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땀 분비량이 늘어나 체내 수분이 줄어들면 끈적해진 혈액이 혈관 내에서 피떡(혈전)으로 변할 위험성이 높아져 합병증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운동을 하더라도 냉방 시설이 갖춰진 실내에서 무리하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통해 근력을 늘리고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탄산음료나 과당이 높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소변량도 증가해 갈증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 갈증이 생긴다면 되도록 생수를 마시고, 탄산음료보다는 저당 스포츠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또 하루 과일 섭취 분량을 정해 놓고 인슐린 분비로 혈당이 높아진 식사 직후를 피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적절한 수면은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 감소와 큰 관련이 있다. 사람의 자율신경계는 수면 중 호흡, 혈압, 체온 등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를 조절한다. 수면의 질과 양이 부족해지면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저하돼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인슐린 저항성에 문제가 생긴다. 충분한 수면은 잠을 자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너무 적게 자도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기지만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다. 수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얕은 잠을 자게 돼 면역력 증진 등 생리 기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잠자는 환경을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좋다.
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고 손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거나, 기능이 일반인 대비 현저히 낮아 근육 손실과 근력 저하를 겪고 결과적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당뇨병이 있다면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지만 근력 운동의 비중을 올리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당뇨병에 걸렸다는 것을 모른 채 지내다가 어느 순간 혈관이 막혀 중풍 등이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장마비나 실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혈액을 채취해 약 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당화혈색소(HbA1C)·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지질검사는 최소 연 2회 이상, 심장박동의 리듬을 확인하는 심전도검사는 1년에 1회 이상, 당뇨병성 콩팥질환을 진단하는 소변 알부민 검사는 1년에 1회 이상 실시하는 것이 좋다. 1년에 1회 이상 망막검사와 신경 및 발 검사를 받아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 진단 시점에 당뇨병으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경동맥 초음파 검사, 동맥경화증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위험도에 따라 정기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나 암 발생 비율이 정상인보다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진과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용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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