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4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끌어올리며 27년 만의 ‘빅스텝’에 나섰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긴축 조치에 대응해 199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BOE 통화정책위원회(MPC)의 회의 결과 영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1.25%에서 1.75%로 오르며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조치다. 블룸버그통신은 “BOE가 에너지 가격 급등을 반영해 10월 예상 인플레이션율을 종전의 11%에서 13.3%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올가을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평균 가스 요금 역시 현재보다 75%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9.4%로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영국은 지난해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달아 인상해왔다.
다만 이번 ‘빅스텝’에도 영국이 물가 안정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BOE는 2023년 전반에 걸쳐 고물가가 이어지다가 2년 후에야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실질 가계 소득 하락 등 생활비 위기가 고조되며 차기 총리가 취임 후 직면할 거대한 도전이 더욱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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