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밑돌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12달러(-2.34%) 내린 배럴 당 88.54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3주 전인 2월 2일(88.26달러) 이후 최저치로 3월 8일(123.7달러) 고점에서 28.4% 내린 가격이다. 북해산브렌트유 10월물도 전날보다 2.75% 하락한 94.12달러로 2월 18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발표된 미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주간 미국의 자동차 휘발유 공급량은 860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8.8% 하락했다. 통상 휘발유 수요가 많아지는 휴가철인데도 미국 소비자들이 운전을 줄인 것이다. 미 유가정보서비스(OPIS)의 톰 클로저 글로벌에너지 수석분석가는 “미국 각 지역에서 휘발유 도매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최근의 경기 둔화세가 침체로 이어지면 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 기준 이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4달러로 51일 연속 떨어졌다.
유럽의 침체 우려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이날 영국 중앙은행(BOE)도 27년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자 경기 침체를 각오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원유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CNBC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부채 위기에 직면한 신흥국 경제,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기조로 석유 수요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다만 유가가 계속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영국 앨런비캐피털은 이날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생산과 수출 여력이 작다”며 WTI 평균 가격이 올해 배럴당 102.6달러, 내년에는 103.9달러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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