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5일 24%로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사 논란과 정책 혼선이 계속되며 취임 88일 만에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국정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광우병 사태’ 수준으로 추락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무한 책임’지는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더 큰 분열로 가고 있다. 8일 휴가에서 복귀하는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복안을 막판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갤럽은 이날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4%(8월 1주)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부정 평가는 66%로 4%포인트 상승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 모두 취임 후 각각 최저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6월 초 53%에서 두 달 만에 29%포인트 급락했다.
윤 대통령 휴가 중에 24%라는 지지율을 받아 든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역대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심각한 위기의 징후가 선명하다. ‘광우병 사태’를 겪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에 받아 든 지지율이 21.2%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5%였다. 취임 100일(17일)을 앞둔 윤 대통령의 초기 국정 상황이 광우병 파동이나 비선 농단 사태와 맞먹는 위기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반성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언론 보도와 함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지표”라며 “여기에 담긴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한 라디오(YTN)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는데 대통령실은 하루 만에 자성 분위기로 전환했다.
대통령실이 반성의 메시지를 냈지만 지지율 반등은 요원해 보인다. 국정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여당은 분열을 거듭하며 내홍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 월(月) 총량제 도입과 만 5세 취학 등 정책 혼선으로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는데 당정대의 한 축인 집권 여당마저도 진흙탕 싸움만 계속하는 상황이다.
이날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 당헌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9일 열릴 예정인 전국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될 경우 집권 여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전국위원들이 현재 당 상황을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이어 최고위가 제안한 당헌 개정안을 전국위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개정안은 당 대표와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만 부여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권을 직무대행에게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복귀 문제는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며 불씨를 남겨뒀다. 비대위가 출범해도 이 대표 임기가 끝나는지에 대해서 당내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서 의장은 “비대위가 출범하면 기존 최고위는 해산된다”며 “현재 당 대표는 징계 여부와 무관하게 직위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전국위 회의 도중 이 대표가 복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는데 서 의장이 추후에 논의하자고 했다”며 “비대위가 구성된다 해서 이 대표가 해임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악의 경우 여당의 내분이 법원까지 갈 수 있다.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위한 법적 자문을 받았다. 이 대표는 언론에 “직접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당의 고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지금까지 이 대표 입장에서 중재해보려 했지만 이젠 그만두기로 했다”며 “좀 더 성숙해져 돌아오라”고 자중을 요청하며 내홍은 더 짙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해 직접 정국을 돌파할 계획이다. 광복절 특별사면과 함께 연설로 협치를 제안하며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적 쇄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태도와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지지율 반등은 어렵다”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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