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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의 테크오디세이]韓, 클라우드 산업의 기회 잡아야

베스핀글로벌 대표

빅테크사, 불황 속 '클라우드'로 선방

전세계 시장 규모 3년 내 2배 커질 듯

韓, 세계적 수준 기술·인재 이미 갖춰

미중 패권전쟁 속 '제3의 길' 주도를





전 세계가 지금 전쟁과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등 눈앞에 닥친 위기들로 인해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산업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보니 각각의 위기들은 지구 반대편까지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당장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인 구조적 트렌드(secular trend), 즉 장기적 추세 변동이다. 구조적 트렌드는 장기간 산업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 흐름을 관통하는 미래 예측 지표다. 여러 이슈들로 기업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지만 기업의 흥망성쇠를 예측하려면 구조적 트렌드를 참고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장기 추세는 크게 3가지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그리고 제3의 길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주요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았었다. 월마트는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했고 포드는 수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비교적 선방했는데 그 중심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있다. 알파벳은 12.6%, 아마존은 7% 매출이 증가했는데 빅테크 3사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33%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며 월가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올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 증가한 648조 원, 3년 뒤인 2025년에는 1124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3년 만에 산업 규모가 1.7배 성장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시장이 여전히 초기 단계로 볼 수 있고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에 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SW도 이제는 ‘구독’하는 시대가 됐다. 소프트웨어 CD를 구입해 설치하고 드라이브를 다운로드하기보다 계정에 접속해 사용하는 것이 늘었다. 국가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인 변화다. SaaS의 등장이 글로벌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불법 복제가 안 된다. 복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업데이트가 안 돼서 단기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중소 SW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SaaS는 작은 기업도 정당하게 판매고를 올려 자사 제품 고도화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이 성장하며 개발자뿐만 아니라 운영자·영업·마케팅 등 다양한 직무의 일자리도 함께 생성된다. 다국적 고객사를 보유한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많은 강소 기업의 출현으로 글로벌 기업 생태계가 크게 탈바꿈한다. 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국내외 SW를 구매하며 무역의 경계가 허물어진 SW 쇼핑이 일어난다. 기존 경제는 내수와 수출로 나뉘어서 한 국가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SW는 언어로 나뉜다. 영어 버전을 출시하면 글로벌로 판매가 가능해지고 중국어 버전을 출시하면 중화권 고객을 유치하게 된다.

미중 패권 전쟁은 또 어떤가. 양국의 전방위적인 힘겨루기에 전 세계 국가들은 줄타기 외교 중이다.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국가 인프라에 사이버 공격이 잇달아 발생하며 큰 피해를 끼쳤다. 양국의 패권 다툼이 오히려 대한민국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 부담인 국가들에 있어 패권 싸움의 폐해로 인한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는 기술 교역의 대안으로 한국이 ‘제3의 길’로 부상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안정적인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K문화의 글로벌 확산으로 파급력과 세련미, 보편성까지 갖추게 됐다.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제3의 길’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고 기회가 온 것이다.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지금 새로 열리는 클라우드 SaaS 산업에서는 대한민국이 미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제3의 길’을 제공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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