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 시장이 월가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탄탄한 데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중장기에 걸쳐 물가 하락 추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0.75%포인트 인상이 적정하다고 예고하면서다.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발표 이후 경기 침체를 우려하던 시장은 이제 인플레이션 폭과 연준의 긴축 강화 행보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보먼 이사는 6일(현지 시간) 캔자스은행가협회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연준이 7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일관되고 의미 있으며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확인할 때까지 그와 비슷한 규모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두 차례의 인플레이션 완화로는 긴축 기조를 전환(pivot)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못 박은 셈이다.
보먼 이사의 이번 언급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 이사의 첫 공개 발언이다. 앞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의 “9월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는 발언 등 최근 각 지역 연은 총재들이 잇따라 내놓은 매파적(hawkish) 언급과 맥을 같이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다르다. 그동안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관계없이 경기 침체 우려로 9월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하던 시장은 이제 보먼 이사의 말대로 0.75%포인트 인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날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미 노동부는 7월 새 일자리 수가 시장 예상치(25만여 개)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52만 8000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근로자 급여 상승률도 다우존스의 예상치인 4.9%를 넘어 5.2%를 기록했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무색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이날 68.0%로 0.5%포인트 인상 확률(32.0%)의 두 배 이상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확률(72%)이 0.75%포인트 인상 확률(28%)보다 더 높았지만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JP모건도 이날 연준이 9월에 0.75%포인트를 올리고 11월과 12월에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은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은 누그러지고 대신 연준이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의 눈길은 10일 발표 예정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린다. 다우존스는 7월 CPI가 8.7%를 기록해 전월(9.1%)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름 값과 식료품 값을 제외한 근원 CPI는 6월의 5.9%에서 6.1%로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기대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징후는 거의 없다”며 “(반대로) 음식과 주택·연료·차량 등 필수품들의 가격이 내년까지 고공 행진할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리더는 “7월 CPI가 드라마틱하게 둔화하지 않는다면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0.75%포인트가 기본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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