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첫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75%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을 거뒀다. 지지자들의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기대에 부응해 경쟁 후보들과의 격차를 첫발부터 크게 벌렸다.
이 후보는 6일 전국 순회 경선 첫 지역인 강원·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에서 누적 득표율 74.8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강원(74.09%)과 경북(77.69%), 대구(73.38%) 세 지역 모두에서 7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쟁 후보인 박용진 후보는 20.31%, 강훈식 후보는 4.88%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줘 감사하다”며 “아직 많은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은 40%(대의원 30%, 일반 당원 5%,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다. 강원과 대구·경북(TK)은 타 지역보다 민주당 권리당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으로 평가 받는다. 이 같은 지역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세 곳 모두에서 7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 후보의 ‘대세론’에 힘이 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재명 파워’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나타났다. 최고위원 당선권인 5위 안에 ‘친명(친이재명)’을 앞세운 후보가 4명이나 포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명 의원인 정청래 후보가 29.86%의 득표율로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하고 나선 박찬대 후보도 10.75%로 3위에 올랐다. 이밖에도 ‘친명’으로 분류되는 장경태·서영교 후보가 각각 10.65%와 9.09%의 득표율로 당선권에 이름을 올렸다. ‘비명’ 중에서는 고민정 후보(22.50%·2위)만이 유일하게 5위 안에 포함됐다. 이대로라면 이른바 ‘이재명계’가 차기 지도부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일찌감치 ‘어대명’ 구도로 진행되면서 흥행 저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 중간 발표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전대 흥행을 위해서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뽑혔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처럼 매주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첫 투표부터 이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2002년 사례처럼 이변으로 인한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권리당원 투표율도 과거 전대보다 낮은 20% 중반 대에 머물고 있다.
또 다른 흥행 요인으로 거론됐던 ‘비명’ 단일화도 이 후보를 제외한 박용진·강훈식 후보의 득표율이 25% 수준에 그치면서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의 흐름으로는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하더라도 이 후보의 득표율을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 요인도 흥행을 막고 있다. 민주당은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4년 만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비대면 행사로 전환했다.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아직 선거 초반인 만큼 향후 경선에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후보는 “대의원 투표, 국민 여론조사 등이 있기 때문에 추후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 당원의 마음을 받아서 다음 경선 지역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도 “지금부터 올라갈 일만 남았다”면서 “다음 주 충청 지역 경선으로 새 변화와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고 호남·서울까지 이어나가 새 파격과 이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권리당원을 제외한 대의원, 일반 당원 투표 결과는 전국 순회를 마친 뒤인 28일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한꺼번에 발표한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14일과 28일 두 차례에 나눠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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