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산업에서 한국 등을 맹추격하고 있다. 우리를 넘어서거나 거의 따라잡은 분야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은 17년 만에 한국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매출 기준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33.2%에 그친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41.5%에 이르렀다. 중국은 2018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한국을 넘어선 데 이어 우리 업체들이 새로운 승부처로 삼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쪽에서도 격차를 좁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버스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했다. 점유율이 2019년 26%에서 2년여 만에 두 배로 급증한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인 중국 BYD는 내년부터 승용전기차도 한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배터리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6.4%로 급등했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5.8%로 1년 전보다 9.1%포인트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쪽에서도 최근 중국 SMIC가 초미세 공정인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중국은 광대한 자국 시장,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 값싼 가격 등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대공세를 펴고 있다. 거세지는 ‘차이나 공습’에 한국 기업들은 밀려나고 있다. 우리가 이 위기를 넘기고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모아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첨단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면서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략산업에 대한 예산·세제·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규제·노동 등 구조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중국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아세안은 물론 유럽·인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과도한 대중 무역·투자 의존도를 줄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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