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석 달이 지났을 뿐인데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반 토막 났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지방선거에서 역사적인 대승을 거두고도 불과 두 달 만에 야당에 역전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어쨌든 개인적인 사유로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내 넘버2인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연이은 실수로 셀프 중징계를 받은 꼴이 됐다.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 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제96조)’고 규정한다. 특히 규정에 ‘등’이라는 단어를 담아 다양한 사태를 비상 상황으로 해석할 여지를 뒀다. 당헌에는 또 ‘비대위에서는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제5항)’ ‘비대위는 설치의 원인이 된 비상 상황이 종료된 후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존속한다(제6항)’는 내용도 있다. 즉 당은 당헌에 따라 당 대표 궐위,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할 시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이 경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 대표로서 지위원 권한을 가진다. 이는 당 대표가 해임된 것과 마찬가지 결과다.
하지만 여당 대표는 현재를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이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즉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당헌 등에 비춰볼 때 법원이 과연 인용 결정을 내릴지는 의문이다.
당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비대위가 구성될 이유가 없다. 반면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 당 지도부는 이유를 불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에 비상 상황에 대한 정의 규정은 없다. 이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 상황에 대한 다툼이 있다면 이는 상임전국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당헌에는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을 상임전국위원회의 기능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 며칠 전 상임전국위원회는 현 사태를 비상 상황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 책임인지부터 따지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문제는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맞대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게 문제인 것이다.
후금(後金)의 문인인 원호문은 ‘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가 어지러울수록 시인들은 할 말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은 ‘여당불행논객행(與黨不幸論客幸)’인가? 그러나 현재 대통령과 여당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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