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질적인 침수 지역인 강남역 일대가 기록적인 폭우에 물에 잠겼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데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침수가 잦았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가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것은 지난 2010년 9월, 2011년 7월에 이어 11년 만이다. 당시 강남역 일대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2010년에는 45㎜, 2011년에는 60㎜를 기록했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17m이상 낮아 비가 오면 많이 고이는 구조 때문에 도로 일대가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로 이어졌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다. 예산과 설계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반포천 유역분리터널(교대역∼고속터미널역 총연장 1162m)은 2018년 착공해 올해 6월 완공됐다. 그 사이 2020년 8월 강남역에 하수가 역류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포천 유역 분리 터널 공사 완공으로 시간당 최대 강수량 85㎜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 8일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강남구가 116㎜, 서초구는 110㎜로 처리 용량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 방식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애초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가 마무리되면 시간당 최대 강수량 95㎜까지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0년 빈도 강우 대응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해왔는데 이번과 같은 폭우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협의해 강우 대응 목표를 높여야 한다"며 "예산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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