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자국 내에서 10만 원대 저가 중국산 스마트폰의 판매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도 저가폰 시장의 80%를 장악한 중국 스마트폰이 갑자기 사라지면 인도 소비자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인도가 이 같은 조치를 추진하는 것은 대중(對中) 국경분쟁의 여파라는 분석이 많다. 2년 전 히말라야에서 일어난 중국과의 유혈 충돌로 앙심을 품은 인도가 중국폰 ‘퇴출’이라는 초강수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중국 기업이 만든 1만 2000루피(약 20만 원) 이하 저가폰을 인도 시장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만 원대 저가폰은 올 2분기 인도에서 팔린 전체 스마트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 중 80%가 중국산이다. 샤오미 한 곳의 점유율만 25%에 이른다.
이 조치가 실행될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팬데믹으로 내수가 부진해지자 14억 ‘인구 대국’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판매 금지가 시행되면) 샤오미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대 14%, 매출은 최대 5%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는 2020년 6월 북부 카슈미르 접경 지역에서 중국군과의 충돌로 병사 20명이 사망하는 국경분쟁을 겪은 후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달에는 인도 금융 당국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와 비보에 조세포탈 혐의로 각각 7000억 원과 760억 원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4월에는 샤오미가 해외 불법 송금 혐의로 약 9000억 원을 추징당했다. 당국의 압박이 계속되자 중국 제조사 아너는 지난달 인도 파견 직원들을 아예 철수시키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국경분쟁 직후에는 위챗·틱톡 등 중국 유명 앱 300개를 금지했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동참하고 있다.
중국 측은 이 같은 제재에 자국 스마트폰 산업을 키우려는 인도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도 정부가 실제로 중국 저가폰을 퇴출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물량 공백을 메우기 어렵고 무엇보다 중국과의 ‘IT 전면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실제 조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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