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액션으로 꽉 찬 작품이다. 도저히 액션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에서 혈투가 벌어지고, 상상을 초월한 동작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작품은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체험형으로까지 확장되는데, 관객들은 카터의 시점에서 짜릿한 액션을 경험하게 된다.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주원)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이다.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된 지 2달, 카터는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된다. 머릿속에는 정체 모를 장치, 입안에는 살상용 폭탄이 설치된 그는 귓속의 낯선 목소리에 의지해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정하나(김보민)를 찾아 나선다.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CIA와 북한군에게 쫓기는 카터의 위험천만한 도전이 시작된다.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액션, 그리고 액션이다. 대부분의 시퀀스가 액션으로 구성됐으며, 목욕탕, 건물 외벽, 자동차, 버스, 기차, 헬기, 하늘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액션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공간의 이곳저곳을 모두 활용해 다채로운 매력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극 초반 진행되는 원테이크 목욕탕 신이다. 건물의 폭발을 피해 옆 건물로 숨어든 카터 앞에 펼쳐진 건 대규모 조직이 거대한 목욕탕에서 마약을 하는 모습이다. 불청객의 등장에 조직원은 칼을 뽑았고, 카터도 여기에 맞선다. 속옷만 입은 카터와 조직원들이 칼을 이용해 물속에서 펼치는 액션은 한 점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또 카터 1인칭 시점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연출은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관객은 실제 카터가 된 듯 작품 안으로 들어와 거대한 액션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컴퓨터 그래픽이 더해져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데 일조한다.
원톱 주연으로 나선 주원의 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주원은 대사 대부분을 영어로 소화했고, 고난도의 액션도 대부분 직접 연기했다. 주원에게 '카터'는 여러모로 도전이었을 것. 또 카터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톤으로 대사를 전달한 점이 눈에 띈다. 목을 긁어 소리를 내는 듯한 발성과 화면을 압도하는 눈빛은 주원의 새로운 발견이다.
오직 액션으로 승부하는 작품이기 때문인지 내용적으로는 다소 허술하다. 작품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바이러스가 창궐한 미국, 북한, 한국의 상황과 자신의 가족과 정하나를 지키려는 카터의 움직임이다. 바이러스 창궐 부분은 아포칼립스를 표현한 판타지고, 가족과 아이를 보호하려는 카터의 모습은 휴머니즘적인 요소다. 판타지와 휴머니즘이 적절히 분배됐으면 좋았겠지만, 작품은 양쪽 모두 개운하게 전개하지 못했다.
아포칼립스물에서는 극 초반 이 세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충분히 설명돼야 세계관의 중심이 잡힌다. 그러나 작품은 초반 내레이션 몇 줄로 상황을 설명하고 끝내고, 갑작스럽게 좀비만 등장시켜 모든 상황을 납득시키려고 한다. 가족애와 휴머니즘 역시 전사가 충분히 설명돼야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는데, 기억을 잃은 카터가 단순히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목숨을 걸고 아이를 지키겠다는 설정은 설득력을 떨어트린다.
◆ 시식평 : 주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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