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입을 떼기 전부터 오래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다. 질문을 받으면 얼굴을 붉히고 횡설수설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끝내 하지 못한 말을 곱씹으며 자신을 답답해하거나 밤마다 입 밖에 꺼낸 말을 후회하는 사람.
최근 출간된 에세이 <숨은 말 찾기>의 저자 홍승은 작가는 그런 이들에게 건네는 ‘용기의 뒷모습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홍승은 작가는 첫 책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소개에 “여성혐오 사회에서 나고 자라며 몸에 밴 자기부정을 극복하기 위해 숨지 않고 말하는 법을 연습하는 중이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세 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하는 동안 강연이나 팟캐스트, 글쓰기 수업에서 여러 사람과 연결되며 그 말처럼 숨지 않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이처럼 어느새 집필 노동자라는 소개 옆에 강연 노동자라는 말을 더하게 된 그 역시 강의를 앞두고 못 먹고 못 자는 시간들이 숱하게 많았다.
이번 책 <숨은 말 찾기>에서는 손에 땀이 나서 마이크를 고쳐 쥐거나 겁이 나서 강연 후기 메일을 선뜻 열어보지 못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이토록 괴롭고 숨고 싶으면서도 계속 말하는 이유에 대해 썼다. 또한 동료 강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달변가로 보이는’ 이들이 사실은 어떤 두려움으로 말하는지, 어떻게 용기를 내는지 솔직하게 담았다.
더불어 홍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해온 ‘고작 말이’, ‘겨우 말이’ 일으킨 변화들을 보여준다. 어떤 자리에서 “요즘 세상에 성차별이 어디 있냐”고 묻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차별 경험을 나누며 부딪치는 동안 자기 안의 차별을 성찰하고 조금씩 넓어졌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형태의 사랑을 가꿔간다는 이유로,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떤 이들은 여전히 홍승은 작가에게 ‘말할 자격’을 묻는다.
이에 그는 누구의 목소리가 들릴 자격이 있는지, 강단에 설 자격을 되묻기로 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여성 등 가장 말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진 이들의 말을 환대하는 법에 대해 고민했다.
<숨은 말 찾기>에서는 이처럼 열심히 말했으나 들리지 않은 ‘세상에 숨은 말’을 함께 찾는 과정이 담겨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