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8·15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지자 여권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정치인 사면을 최소화했다지만 이 전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점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대선 기간 중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도 있어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이 전 대통령 본인은 “사면을 구걸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지지율 때문에 사면을 포기한다니 소극적이고 안이한 방식으로 정국을 돌파하려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앞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을 고려해 정치인 사면보다 경제인 사면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홍 시장은 “대통령의 묵시적 대국민 약속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모습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3월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하기 직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홍 시장은 사면을 통해 정치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사면은) 자행됐던 적폐 수사 사건들을 모두 털고 갈 기회였다”며 “사면은 검찰의 잣대가 아니라 정치의 잣대로 해야 한다. 대사 하고 더 큰 국민 통합의 길을 걸으라”고 조언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사면은 지지율 문제가 아닌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사면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을) 인질로 잡아두는 것 아니냐”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 전 대통령 측 인사 역시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도 여러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침착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형 집행정지 직후 한 측근을 만나 “절대 정권에 나를 특사해 달라고 구걸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