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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경기 침체와 '상대성' 이론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경기 침체 논란이 뜨겁다. 미국 2분기 실질 성장률이 -0.9%를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백악관과 중앙은행이 난리가 났다. 그런데 침체가 아니란다. 침체란 과연 무엇일까?

경기 침체(recession)는 버티던 나무 가지(경제)가 ‘툭’하고 부러지는 것이다. 경제가 둔화되다가 금융 시스템이 고장 나거나 기업들이 더 이상 영업활동을 할 수 없어 근로자들을 해고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용 악화와 갑작스러운 경제활동 중단이라는 측면에서 지금 미국 경제가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침체 위험은 미국보다 중국이나 유럽에서 더 뚜렷하다.

중국의 도시 실업률 자체는 나쁘지 않다. 6월 수치가 5.5%에 그쳤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19.3%로 높아졌다. 모기지 보이콧(주택담보대출 상환 중단 농성)을 통해 중국 부동산 경기를 둘러싼 불안감도 높다. 중국 정부가 부양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지난 7월 말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암묵적으로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포기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유럽은 가스대란으로 기업활동이 상당 폭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서방 세계가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러시아 원유에 대한 보험과 수송을 중단하게 되면 러시아의 보복은 불가피하다. 펄펄 끓는 고온 현상까지 겹친 유럽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 침체는 매우 강력한 디플레이션 요인이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6월 15일 3.5%에서 7월 말 2.65%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보다 침체를 더 심각한 악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미국 주식시장도 7월에만 9% 올랐다. 3월 이후 가장 강한 반등이다. 침체 우려가 가져다 준 선물, 인플레 정점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침체 자체가 호재일 리 없다. 침체 위협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상황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덜 나쁠 뿐이다. 주식시장은 유럽과 중국에 비해 미국 경기가 덜 나쁘고 미국 테크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보다 잘 견뎌낼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S&P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은 에너지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그런데도 빅테크 중 메타 플랫폼스(META) 등을 제외하면 주가가 실적발표 후 큰 폭으로 오른 기업들이 많다. 실적이 좋아서라기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견고하다는 점에 시장은 반응했다. 경기가 나쁠수록 기업들의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는 클라우드 수요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상대적인' 매력이다. 다른 지역보다 미국 기업들이 낫고, 그 중에서도 빅테크들이 부채와 재고 부담 등과 같은 불안한 경기 요소를 잘 견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침체 국면에서 관심 투자 대상을 미국과 현금 여력이 높은 기업들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이나 채권 자산보다 현금을 더 창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국내 주식시장 반등이 불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상대적 관점에서 접근이 중요하다. 유럽이 어려워질수록 유럽과 경쟁관계가 있던 자동차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혜가 있는 방위산업, 현재 유럽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에너지 측면에서는 국내 신재생 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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