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자민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한 달 만에 실행한 이번 개각에서 기시다 총리는 당내 파벌을 요직에 고루 중용하고 주요 부처에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다수 배치했다. 당내 결속 강화를 위한 ‘균형’과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10일 오전 자민당 임원 인사에 이어 오후에 각료 19명 중 14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교체된 14명 중 9명은 이번이 첫 입각이다. 개각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자민당 임시 총무회에서 기시다 총리는 “전후 최대의 난국에 한순간의 정치 공백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심기일전해 난국을 돌파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강상의 이유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선거 과정에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은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불거진 ‘통일교 스캔들’을 의식해 이번 인사에서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보·재정·코로나19 등 중요 이슈를 담당하는 부처일수록 경험을 중시하고 당내 파벌을 고루 배치했다. 신임 방위상인 하마다 야스카즈 중의원은 ‘무파벌’에 2008~2009년 방위상을 지낸 12선 의원이다. 경제안보담당상에는 ‘무파벌’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코로나19 대책을 관할하는 후생노동상에는 내각 경험이 풍부한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모테기파)을 각각 배치했다. 디지털상에는 고노 다로(아소파) 자민당 홍보본부장이 재입각했다. 자민당 인사에서도 최대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에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을 임명하고 총무회장과 선거대책위원장을 비주류에 배정하는 등 ‘파벌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NHK는 “당내 4위 계파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가 소수 파벌까지 요직에 중용해 거당 체제 구축을 도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9월께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자민당 의원과 통일교의 연관성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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