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고 사고와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성인 키 높이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 뒤 홀연히 떠난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9일 JTBC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8시 5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사거리에서 집중호우에 불어난 물에 신호를 기다리던 차들이 고립됐다. 순식간에 물은 무릎 높이까지 차 올랐고, 이내 차량 선루프까지 빠르게 수위가 치솟는 등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제보자 A씨는 차량 선루프를 열고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물은 순식간에 지붕까지 올라왔고, 멈춰서 있던 차들이 물에 떠올랐다.
겨우겨우 인도로 올라와 안도의 숨을 돌리던 A씨는 한 여성 운전자를 구하는 시민을 목격했다. A씨는 바로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물 속에 고립된 여성 운전자를 구조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남성은 목까지 차오르는 흙탕물에서 침착하게 여성에게 플라스틱 주차금지대를 쥐어주고는 뒤에서 붙잡은 채 헤엄쳐 나왔다.
여성을 안전한 곳까지 옮긴 뒤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뜬 이 남성은 국방부 소속 공무원 표세준(27)씨였다.
표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차 트렁크에서) 여성분이 '살려주세요' 소리를 지르셔서 봤더니 반대편에서 남편분이 '뭐라도 꽉 잡고 있어'라고 하시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초등학교 시절 유소년 수영선수로 활동했다는 표씨는 "'빨리 구해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그분이) 통을 붙잡으셨고 제가 손잡이를 잡은 채 한손으로는 헤엄을 쳤다. 이후 남편분에게 인계를 해드렸고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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