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앞서 ‘폭우 피해 상황 점검 회의’에서는 “더 이상 이런 기상이변은 이변이라 할 수 없다”며 “예상보다 더 최악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관측 지점에 8일 하루 동안 내린 비가 381.5㎜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였다. 이번 폭우로 사망·실종자가 다수 발생했고 서울·경기에서 이틀간 차량 7000여 대가 침수됐다. 물 폭탄은 충청권으로 내려가 10일 오후 5시까지 대전의 일 강수량은 156.1㎜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록적인 수마(水魔) 앞에 방재 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기후변화로 역대급 폭우가 잦아지는데도 방재 대책은 10년 전 수준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시간당 95㎜를 견디는 데 맞춰진 방재 시설의 성능을 시간당 100㎜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오세훈 시장이 2011년 우면산 사태 직후 계획했다가 후임 박원순 시장이 백지화한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죄송’ ‘책임’ 등의 말보다 수해 예방을 위한 사전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 폭우 때 서울 동작구의 1시간 최대 강우량은 141.5㎜, 강남구는 116㎜였다. 평균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느냐는 ‘확률 빈도’로 따지면 500년·150년 이상 빈도에 해당된다. 지금의 30년 빈도(시간당 95㎜) 방재 시설 성능으로는 감당하지 못한다. 수조 원의 예산을 더 들여서라도 100년 빈도(시간당 11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이므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치수·재난 대책 재설계를 서둘러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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