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면서 절대로 피할 수 없는 2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세금과 죽음이다. 세금을 피하려는 욕심은 경제·정치 투쟁으로 이어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종교에 대한 집착을 불렀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자 한국무속학회 회장인 저자는 신간 ‘최초의 죽음’을 통해 인류 역사상 최대의 난제 가운데 하나인 죽음에 대해 해석을 시도했다. 죽음이 있었기에 인간이 인간답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내외 신화(神話)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의 죽음 풀이는 종교에 앞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죽음은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죽음에 대한 다양한 사고가 의례나 신앙을 비롯한 인간의 삶 전반에 폭넓게 투영돼 있다. 그중에서도 신화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응집한 결정체다.”
저자의 동서양 신화 분석에 따르면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죽음이 없는 영생을 부여했다. “그런데 인간에게 죽음이 없어 세상은 혼란스러워졌다. 아무렇게 해도 죽지 않으니 인간의 행동은 점차 불량해졌다. 이런 혼돈은 신의 고민이자 인간의 고민이었다. 이에 따라 결국 인간에게 죽음을 주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
흥미롭게도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동물들이 인간의 죽음에 개입한다. 뱀이나 까마귀, 카멜레온 등이다. 우리들이 이런 동물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신화적으로 설명되는 셈이다.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를 시작으로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 ‘불로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한다면’,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까지 이어진다.
그러면 죽음이 생긴 이후에 인간은 불행해졌을까. 저자는 아니라고 본다. “인간은 죽음까지라는 한정된 기한이 있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죽지 않는다면 많은 일이 내일로 미뤄졌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죽음이 있어 삶이 풍요로울 수 있고, 오늘날과 같이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
죽음이 세상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아주 옛날 죽음이 없고 태어나는 사람만 있자 사람들이 많아지고 세상이 무거워졌다. ‘땅이 기울어지는 데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신은 죽음을 보냈고 그리고 땅은 균형을 찾았다.”
현대 사회에서 인구폭발과 과잉소비로 기후변화 등 위기가 생기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1만95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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