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피해가 컸던 ‘반지하’ 주택에서 겨우 탈출했다는 아찔한 경험담이 공유됐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자 A씨는 ‘살면서 이런 경험 처음 해본다’는 제목의 반지하 탈출기를 게시했다.
A씨는 “방범창 사이로 키우던 댕댕이(반려견)를 올려주고, 나는 물이 철철 흘러넘치는 현관문이 안 열려 사고가 정지했다. 물이 이미 무릎 아래까지 차 있고, 수압이 높은 느낌이 들어서 머리가 콱하고 정지했다. 안간힘으로 (현관문을)밀어부치는데 꿈쩍도 안 하는 것에 정신줄을 놓게 되더라”라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185cm에 113kg이라고 자신의 체형을 밝힌 작성자는 “주방 찬장에 있는 그라인더로 방범창을 갈아버렸다. 문제는 방치하던 거라 배터리가 얼마 없었고, 내가 통과하기가 애매했다. 아 이렇게 발악을 해도 죽는구나 싶어서 유서라도 쓰려던 순간, 고기에 불맛 내려고 샀던 터보 토치 생각이 났다"며 "방범창에 불 쏘고 펜치로 잡아서 휘어가지고 겨우 탈출했다. 그때 물높이가 내 가슴이랑 쇄골까지 차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방범창 사이로 내 방 안을 들여다봤는데 가구 같은 거라던지 그런 것들이 전부 안 보였다. 갑자기 눈물이 엄청 나오더라. 일단 본가는 가야 하는데 지갑은 없고 폰도 없고. 있는 건 물 가득 머금은 토치와 댕댕이. 울면서 아무 집이나 초인종 눌러서 2만 원만 달라고 했다. 여기 밑에 반지하 살던 사람인데 지금 겨우 탈출했다고 말하니 선뜻 주시더라. 집에 가려고 하는데 방문했던 집 아저씨가 뛰쳐나오더니 내 몰골 보고는 옷 줄테니까 토치 버리고 손도 좀 그만 떨고 들어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날씨 잠잠해지면 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부모님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갔다”고 했다.
끝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지하 거주하는 이들은 언제 어떻게 침수될 지 모르니 항상 배터리형 그라인더와 토치, 펜치 등 이런 거 집에 두고 살아라. 배터리도 충전해놓고”라고 조언했다.
아찔했던 반지하 탈출기를 본 이들은 “정말 다행이다”, “글만 봐도 무섭다. 살아서 다행이다”, “얼마나 놀랐을지 감도 안 잡힌다.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다”, “이웃분도 진짜 천사다” 등의 작성자를 위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수도권과 강원 등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에 이달 9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등 취약 계층의 인명 피해가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와 반지하는 주거 목적으로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미 허가받은 반지하도 일몰제를 도입해, 10년에서 20년 안에 차례로 없애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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