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수가 자신이 파시스트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직접 반박하며 총리가 되더라도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현지 시간) AP통신과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멜로니 당수는 외신 기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Fdl가 9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독재 정부로 전환하고 유로화에서 탈퇴하는 등 터무니없는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총리가 되더라도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멜로니 당수는 이 같은 메시지를 각각 영어와 프랑스어·스페인어로 녹음해 발송했다. 그는 파시즘 관련 논란도 “이탈리아 우파는 수십 년 전에 파시즘을 역사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민주주의 탄압과 수치스러운 반유대인법도 명백하게 규탄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Fdl가 영국 보수당이나 미국 공화당과 많은 공통점을 가진 ‘보수주의 정당’이라며 자신이 민주주의나 이탈리아, 유럽, 국제 안정에 위험 요인으로 묘사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사임으로 다음 달 25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을 앞두고 Fdl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한 멜로니에 대해 국제사회와 언론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Fdl의 탄생 배경과 그간 멜로니가 보여온 행보 때문이다. 보수 우파 포퓰리즘 정당으로 분류되는 Fdl는 2012년 자유국민당(Pdl)의 우파 계열이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당으로 Fdl의 상징인 삼색 불꽃은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당이었던 민족동맹(AN)이 사용했던 상징과 매우 유사하다. 1995년 설립된 AN은 파시스트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을 모태로 하는데 이 때문에 Fdl도 MSI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Fdl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유럽 법보다 이탈리아 법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등 ‘이탈리아 퍼스트’를 요구해왔다. 멜로니 역시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과 난민을 저지하기 위한 해안 봉쇄를 요구하는가 하면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에 강하게 반대하고 유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나치에 부역한 인물을 ‘영웅’으로 칭하고 독재 논란이 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의 포퓰리즘 싱크탱크 ‘더무브먼트’의 유럽 지부 설립에도 관여하는 등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Fdl는 약 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Fdl와 연합하는 극우 성향의 ‘동맹(Lega)’과 중도 우파인 ‘전진이탈리아(FI)’도 각각 12%와 8%의 지지율을 얻어 우파 연합이 총 44%의 득표로 승리할 것이 예상된다. 이 경우 멜로니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2006년 AN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한 멜로니는 2012년 Fdl를 창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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