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호우로 인해 곳곳에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실언이 잇따라 빈축을 사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란 발언을 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날 봉사 현장은 '주호영 비대위'가 확정된 뒤 첫 현장 행보였다. 이 때문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놓치지 말고,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사진 찍는 일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취재진도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과열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실언으로 수해 현장을 직접 찾아 복구 지원에 매진, 민생을 살피는 '낮은 자세'를 보이겠다는 취지는 퇴색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입장문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두 차례 사죄의 뜻을 밝혔다.
주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참담한 정세에 각별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는데도…김 의원이 평소에도 장난기가 있다. 그리 된 것 같다. 큰 줄기를 봐달라"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대응에 대해서도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의 지도자라는 분이 엄한 질책은 커녕 '평소 장난기가 있다'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참 당황스럽다"고 적었다. 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데,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이나 하려고 비대위를 만들었나.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그야말로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지만 보수 정당이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며 김 의원의 발언을 언급, "얼빠진 소리를 농담이랍시고 한다. 공직자로서 그야말로 기본이 안 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 이겼으니 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일가족 사망 현장에 방문한 사진을 국정 홍보물로 제작·공개했다가 비판이 이어지자 삭제했다. 해당 침수 현장은 앞서 8일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둔 빌라 반지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참극의 신림동 반지하방 현장에서 찍어 올린 대통령실 홍보사진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바로 그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익사했다.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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