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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 유산' 나폴리에 괴물수비수 뜬다

◆16일 시즌 개막전 앞둔 김민재

마라도나, 1980년대 나폴리서 활동

리그·UEFA컵 우승 등 최고 성적

항구·화산 이어 '나폴리 3대보물' 로

亞수비수 최고 이적료 받은 김민재

"완벽한 선수" 기대 속 공식데뷔 유력

나폴리는 2020년 11월 디에고 마라도나가 세상을 떠나자 홈 경기장의 공식 명칭을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바꿨다. 출처=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트위터




디에고 마라도나. 출처=나폴리 구단 트위터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나폴리에는 세 가지 보물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첫째는 세계적인 미항으로 꼽히는 항구, 둘째는 유럽 대륙의 유일한 활화산인 베수비오 화산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축구 영웅, 2020년 고인이 된 디에고 마라도나다. 앞선 두 가지는 나폴리의 것이지만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라도나는 왜 나폴리의 보물이 됐을까.

AS로마와 함께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 SSC 나폴리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내에서 주목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전까지는 1부 리그 우승 한 번 없는 평범한 팀에 불과했다. 1984년에는 승점 1점 차로 겨우 강등을 면할 정도로 성적이 추락하기도 했다.

나폴리 축구가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마라도나가 합류한 198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구단주인 코라도 페를라이노는 나폴리를 부흥시키기 위해 통 큰 결심을 했다. 세계 최고 이적료인 690만 파운드를 들여 당대 최고 스타인 마라도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자신의 전 재산은 물론 거액의 부채까지 떠안은 도박이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의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마라도나는 1986~1987시즌 세리에A 우승컵을 나폴리에 안겨줬다. 나폴리 역사상 첫 우승이었다.

마라도나 시대에서 나폴리는 세리에A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1회 등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약체로 평가받던 나폴리를 유럽 챔피언으로 이끈 마라도나는 자연스럽게 나폴리의 신이자 종교가 됐다. 2020년 마라도나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등번호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고 홈 경기장인 산파올로의 명칭도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변경할 정도로 나폴리에 마라도나는 레전드 그 이상의 존재였다.



마라도나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있는 나폴리에서 또 다른 괴물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까. 지난달 27일(이하 한국 시간) 아시아 수비수 역대 최고 이적료(1950만 유로) 기록을 세우면서 나폴리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26)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선수로는 안정환과 이승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세리에A 입성했다. 그는 16일 오전 1시 30분 엘라스 베로나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공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민재가 10일 팀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는 엘라스 베로나와 세리에A 개막전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출처=나폴리 구단 트위터


김민재의 선발 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주전 수비수를 상징하는 등번호 3번을 받은 그는 이달 1일 마요르카와의 친선전(1 대 1 무)에 이어 4일 지로나전(3 대 1승)과 7일 에스파뇰전(0 대 0)까지 프리시즌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예열을 마쳤다. 축구 전문 매체 풋볼이탈리아도 개막전 나폴리의 선발 명단을 예상하면서 김민재가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중앙 수비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재를 향한 기대감은 벌써부터 상당하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최근 “김민재는 체격과 발, 반응 속도, 기술 등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완벽한 수비수”라고 극찬했다. 나폴리 출신이자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수비수로 평가받는 파비오 칸나바로도 “빠르고 신체 조건도 좋다. 어떤 면에서는 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김민재의 활약을 기대했다. 김민재가 마라도나, 에딘손 카바니(우루과이), 마렉 함식(슬로바키아), 드리스 메르텐스(벨기에) 등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전설로 기억될 수 있을까.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그의 데뷔전이 곧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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