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처분 불복소송의 판결이 오는 17일 약 1년 9개월 만에 내려진다. SPC계열사들이 SPC삼립을 통해 제방 원재료 및 완제품을 사들인 행위가 부당지원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다. 공정위의 고발로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을 수사 중인 검찰도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 홍성욱 최봉희 부장판사)는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샤니·SPC삼립 등 5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총 647억원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선고를 내린다. SPC 측이 2020년 11월 27일 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SPC그룹이 총수 관여하에 SPC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왔다며 2020년 10월 시정명령과 함께 파리크라상(252억3,700만원), 에스피엘(76억4,700만원), 비알코리아(11억500만원), 샤니(15억6,700만원), SPC삼립(291억4,400만원)에 총 647억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1~2018년까지 7년간 지속된 지원행위를 통해 SPC삼립에 총 414억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으며 밀가루 등 원재료 시장의 상당 부분이 봉쇄돼 경쟁사업자,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가 밀다원·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통행세’ 거래를 통해 SPC삼립에 총 381억원을 지급했다고 봤다.
이러한 통행세거래의 배경으로는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꼽았다. SPC가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이므로 SPC삼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파이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한 지분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으므로,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하려 했다는 취지다.
결국 경영권을 지키려는 총수일가의 지휘 아래 SPC삼립에 통행세를 몰아줬다고 보고, 같은 해 8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당시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검찰 수사는 그 동안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수사 초기 빠른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SPC 측에 유리한 증거자료들이 발견돼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PC 사건은 공정거래조사부장이 두 번이나 바뀔 때까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사실상 같은 쟁점을 공유하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다면 검찰의 수사도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이 법원 판단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의 결과와 형사사건이 꼭 연동해서 처리된다고 볼 수 없지만 상당 부분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팀으로선 서울고법의 판결을 살펴본 뒤 수사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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