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의 ‘2022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발표가 재차 연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데 더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전망치를 내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망 발표가 늦어질 수록 정보 가치도 낮아진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2022년 하반기 전망’ 발표 일자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부동산원은 지난 1월 ‘부동산분석처’로 통합했던 ‘시장분석연구부’를 ‘시장연구부’로 다시 분리해 연구개발실 산하에 신설하며 발표 재개를 준비했다. 당초 올해 6월 하반기 전망이 발표될 계획이었으나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발표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원이 다시 주택 시장 전망을 내는 건 지난 2020년 1월 발표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원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주택시장 전망치를 내왔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0.9%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그해 전국 아파트 가격이 7.04% 상승하자 2년 째 전망치를 내지 않았다.
부동산원은 당시 전망치가 크게 빗나간 원인 중 하나로 ‘금리’를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2020년 발표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부동산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 ‘빅스텝’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금리 영향이 큰 만큼 시간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동산원은 지난 2월 국토연구원·LH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주택통합정보 분석 시스템’ 연구를 마치고 전망 모델에서 금리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신규주택 250만호, 재개발·재건축 완화 같은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전망 발표를 늦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새로 만든 모형은 이전 모형보다 정책 효과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게 개선했다”며 “정확한 전망치를 위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수치를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올해 주택 시장 전망치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앞서 민간 시장 분석 기관 중 하나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지난해 11월 2022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3.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지난 6월 0.5% 떨어질 것으로 전망치를 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원이 전망 발표 시기를 늦출 수록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학계의 한 교수는 “전망 발표 시기가 늦어질수록 부동산원 내부적으로도 정확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이미 하반기에 진입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 가치도 퇴색돼 무의미한 발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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