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에 따른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미 의회 대표단이 또다시 대만을 찾았다. 이에 중국군은 대만 주변에서 전투 대비 실전 훈련을 벌여 대만해협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CNN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민주당 에드 마키 상원의원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은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하고 조지프 우 대만 외무장관 및 대만 의회 의원 등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했다. 전날 대만에 도착한 의회 대표단은 민주당 소속 존 개러멘디, 앨런 로언솔, 돈 바이어 하원의원과 공화당 출신의 아우무아 아마타 콜먼 래더왜건 하원의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대표단을 이끄는 마키 의원은 미 상원 외교위에서 동아시아·태평양·국제사이버안보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대만 방문에 앞서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도 면담한 인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역의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미 의회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만을 방문한다는 우호적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 번 거물급 대표단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의회 대표단은 이번 방문 기간에 대규모 훈련 중인 중국 문제를 대만 측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투자를 포함해 양국 간 경제 협력 방안도 논의의 초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미국과 대만 간 경제협의체인 ‘미·대만 이니셔티브’ 도 조만간 실질적 회담 가동을 선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위챗(중국 내 메신저) 공식 계정을 통해 “15일 동부전구는 대만 섬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다양한 병종을 조직해 연합 전투 대비 순찰·실전 훈련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하루 중국군 전투기들은 수 차례에 걸쳐 대만 북부, 서부 및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고 그 중 15대는 대만해협 중간선도 넘었다.
중국 관영 매체 ‘해협의 소리’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 기간에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강력한 군사적 반격 행동을 조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미국 의회 대표단을 향해 펠로시 의장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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