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으로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해 현재 반지하 거주민들이 고품질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에 반지하 거주민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반지하 주거형태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15일 서울시는 서울시내 약 20만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해 로드맵을 마련하고 반지하 거주민이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향후 20년간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23개 단지(약 11만8000호)를 재건축해 23만호 이상의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과 모아주택 등 정비사업으로 임대주택 물량을 늘려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 20만 가구를 순차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신통기획 재개발과 모아타운 선정 등으로 반지하 주택 1만3000가구가 정비구역에 포함됐고, 추후 선정되는 구역까지 고려하면 매년 8000가구 이상의 반지하 주택이 정비계획에 포함돼 사라진다. 또 앞으로 진행될 공공재개발 및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시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주택 밀집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신통기획 재개발 공모에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 구역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바우처와 주거급여 등 반지하 거주민에 대한 지원책도 확대한다. 서울시는 침수·화재·습기·환기 등에 취약한 반지하 거주 가구가 지상층으로 옮겨갈 수 있게끔 주거비를 지원하고, 장애인·노인·아동 등 침수 시 긴급대피가 어려운 가구의 이주를 빠르게 돕는다는 방침이다.
먼저 서울 시내 반지하 2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지상층 이주시 월세를 보조하는 ‘특정 바우처’를 신설한다.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급하고, 중위소득 46% 이하 저소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급되는 ‘주거급여'도 정부와 협조해 대상 및 금액을 확대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무주택 시민에게 주거취약계층의 전월세 보증금 일부를 공공이 지원하는 장기안심주택·기존주택 전세임대 등의 지원한도액을 상향하고 그 대상을 확대해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원대상을 현재 1만500가구의 2배 수준인 2만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거주 중인 곳 인근에 주거 상향을 위한 적절한 공공임대주택이 없는 경우에도 원하는 주변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역의 침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침수흔적도’를 활용해 침수위험등급을 설정하고 등급별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 지하·반지하 주택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매입해 주민 공동창고나 지역 커뮤니티시설 등 비주거용도로 변경할 예정이다. 향후 더욱 상세한 실태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바탕으로 현재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 방지시설 같은 단기적인 대책에 더해 ‘노후 공공임대주택단지에 대한 신속한 재정비를 통해 반지하주택 거주가구를 지상층으로 올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국토부와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침수, 화재 등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시민부터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겠다. 사회적 약자의 주거상향을 챙기는 것이 ‘약자 우선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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