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 밝힌 ‘담대한 구상’과 관련 “미국 등 관련국과도 협의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칫 주변국의 협조를 받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자단과 만나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한다고 하면 이제는 제3자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대화를 제의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 출범 초기 적대적인 태세에서 대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부는 대화의 채널을 항상 열겠다는 방침이었다”며 “다만 확실한 국방력, 장악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대적으로 하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만 5세 취학’정책을 내놨다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나는 과정을 지켜본 한 총리는 “좀 더 정부가 국민이 사전에 아시게 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정책하는 사람으로서 강하게 느꼈다”고도 했다. 취학 정책에 대해서 한 총리는 “박 전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 그 정책을 넣고 그 아래 여섯 줄 정도가 구구절절이 사회적 합의를 위해 부모들과 협의하고, 원하는 것 파악하고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를 당연히 했어야 하는 거고 그걸 하겠다고 본인은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 건데, 그게 일반 국민에게 너무 그런 게 (합의가) 없이 추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많이 준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국무회의에서도 각료들에게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국민들께서 ‘이건 너무 새로운 얘기다’ 이렇게는 느끼지 않도록 미리미리 연구도 하고 이해관계자와 공개토론도 하고, 그런 것을 항상 염두에 두자고 특별히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기자단과의 만남도 언론과 소통 강화 일환으로 이날부터 한 총리는 주 1회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받기로 했다.
“추경, 안 하고 싶지만 꼭 불가피하다면 검토”
집중호우 피해로 한 차례 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그것은 피해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다. 현재로서는 추경까지는 안 가도 되지 않느냐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정부)는 가능한 한 안 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꼭 불가피하다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한 한 총리는 “차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부 구조조정, 세출예산 구조조정을 하고 재원 조달을 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기준 300조원 정도로 편성된 재량지출의 10% 정도를 절감하는 등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임금은 동결하되 10%를 반납하도록 하고, 국유재산 중 유휴·저활용 재산 16조원을 향후 5년간 매각할 예정이다.
전현희 겨냥 “정치를 너무 입에 올리는 것 자제해야”
거취 논란이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선 “정치라는 것을 너무 입에 올리는 것은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으로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너무 정치라는 것을 많이 말하는 것은 좀 공무원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지 않나 한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고 감사원에서 권익위에 특별감사까지 진행하는 것을 두고 “정치 거래”, “조직적 감사” 공개 비판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한편 새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도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것을 두고 “이전보다 인사 검증을 훨씬 더 치밀하게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떨어지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가능한 한 이제는 다시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분을 정말 (인선)해야되겠다 하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검증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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