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대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을 크게 늘릴 예정이나, 북미 지역 내에서 생산된 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도입하면서 한국과 유럽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후 "이 법은 내일에 대한 것이며,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4,400억 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된 총 7,400억 달러(910조 원)의 지출 계획을 담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3조 5000억 달러(약 4,600조 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으나, 기후 변화 대응에서 만큼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미 정부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해 약 3,690억 달러를 집행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 제품을 구매하는 미국인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풍력터빈 및 태양광 패널 제조, 주요 광물 채굴 회사에 막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관심이 높은 것은 전기차 구매 혜택으로 중고 전기차는 최대 4,000달러, 전기차 신차는 최대 7,5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
다만 이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지역에서 제조된 전기차여야 하며, 일정 비율 이상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과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에 속한 업체에서 소재와 부품을 조달할 경우 혜택을 볼 수 없는 조항까지 도입됐다.
이에 따라 북미 지역 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현대차와 유럽 자동차들이 세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중국산 광물과 부품 비중을 당장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법안의 요건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법안에는 아울러 건강보험 지원 예산(640억 달러)도 포함됐다. 공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노인의 본인 부담금을 연간 2,000달러로 제한하고 1300만 명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재원 마련 방식은 기본적으로 ‘부자 증세’다. △대기업 법인세에 최저한세(15% 세율)를 적용하고 △메디케어가 제약 회사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하도록 했으며 △국세청(IRS) 세무조사 강화를 위해 자금을 대폭 지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 홍보를 위해 조만간 내각 장관들과 함께 '더 나은 미국 만들기 투어'(Building the Better America Tour)에 나선다. 이를 통해 공화당 우세가 점쳐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구상이라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