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한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을 빼놓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기는 어렵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7일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한국국제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특별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경제 안보 시대에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라면서 “우리 수출의 약 25%,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약 70%를 점하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중국은 우리와 상이한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양국의 국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 가능한 조화와 협력을 모색하는, 솔직하고 실용적이며 전략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또 이달 8~10일 중국 방문을 거론하고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서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가졌다”며 “한중 수교 30주년을 평가하고 향후 양국 간 협력 방향을 담은 ‘미래발전공동행동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달 24일이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인 데 대해서는 "앞으로의 30년을 바라보며 상호 존중과 협력에 기반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박 장관은 "양국 간 악화한 관계를 신속히 회복하기 위해 어렵게 형성된 긍정적인 모멘텀을 살려 나가려고 한다"면서 양국이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21세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박 장관은 "이를 위해 한일정상회담도 적절한 시기에 열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 등 양국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원칙으로 두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박 장관은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긴박하고 실존하는 안보 사안"이라고 규정한 뒤 북한 핵개발에 대해 “북한 스스로 선택한 잘못된 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이날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데 대해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한다면 자신의 안보를 저해할 뿐"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더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 연합 방위력을 유지함으로써 우리 안보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조건 없이 활짝 열어 놓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의 길을 열어 놓는다는 우리의 목표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 장관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걸맞는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한다며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오직 국익을 위해서 하나가 되는 초당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겸허한 자세로 슬기로운 국익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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