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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힘에 의한 변화 원치 않아…北비핵화 도울테니 답 달라"

■'담대한 구상' 재천명

광복절 담화 이어 남북대화 제안

"평화 정착에 의미있는 회담 가능"

핵 개발 중단땐 전폭적 경제지원

美와 논의 통한 제재완화도 강조

강제징용엔 "충돌없는 방안 강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향해 사실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기만 하면 식량·발전·항만·농업·병원·금융 등을 지원하는 ‘담대한 구상’을 밝힌 지 이틀 만에 남북이 평화 테이블에 앉자는 한발 더 나아간 제의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 전폭적인 경제 지원은 물론 재래식무기를 군축하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안전을 보장하는 경제·군사·안보 패키지딜까지 꺼내며 강한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경우 정치·경제·군사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미북·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식량·농업기술·의료·인프라 지원과 금융 및 국제투자 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구상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는 조건으로 ‘담대한 구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월 북한과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해당하는 재래식무기 군축 협상까지 꺼냈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평화 체제 구축 △국제 공조 강화 △남북미 안보 대화 채널 등이 담긴 국정과제 ‘북한 비핵화 추진’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화를 통한 평화 체제 정착의 원칙을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 지역의 어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의 지속 가능한 평화의 정착”이라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의 위협이 고도화되고 확장 억제로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 형태가 조금 변화될 수는 있겠다”면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위해 북한에 공개적으로 대화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에 발표한 비핵화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먼저 다 비핵화를 시켜라, 그러면 우리가 그다음에 한다’ 이런 뜻이 아니다”라며 “그런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담대한 구상’도 대화를 위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제를 우리가 먼저 줘야 저쪽의 답변을 기다릴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 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의미 있는 회담 내지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남북 정상 간의 대화나 주요 실무자들의 대화와 협상이 정치적인 쇼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인 한반도,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에 유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 관계의 당면 과제는 강제징용 기업 자산 매각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달 19일 이전에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상표권 현금화 명령을 결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판결을 집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북한과 일본에 유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다.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명령을 결정할 경우 과거사 문제는 더 꼬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대화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문제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한다는 것은 성립되기 어렵다”며 “북한은 (한국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절대 수용 안 하는 행태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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