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동물농장’이 출판됐다. 처음에는 출판사를 찾지 못해 애먹었지만 발간 즉시 초판 4500부가 매진됐다. ‘1984년’과 함께 조지 오웰의 대표작이 된 이 책은 지금까지 1000만 부 이상 팔렸다. 어떤 점에서 이 책이 그 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것일까. 이유 가운데 하나는 출판 당시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많은 영국인은 나치 독일만큼이나 소련을 경계했다. 파시즘도 문제지만 공산주의 체제 역시 개인의 자유와 양심을 위협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인으로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반감을 키워온 오웰은 러시아혁명 후 소련에서 전개된 잔혹한 숙청과 양심의 압살에 주목했다. 오웰은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스탈린이 있다고 봤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허용하지 않는 데서 현실 공산주의의 문제점을 찾는다. 오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주의혁명의 주역들이 평등의 원칙을 스스럼없이 위배한 데서 찾았다. 하지만 평등의 유토피아에 경도된 지식인이 아직 많은 영국 땅에서 혁명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가운데 소련 사회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오웰은 우화를 통해 스탈린과 협력자들의 폭주를 풍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물농장’에 살던 동물들은 하나가 돼 오랫동안 착취를 일삼아온 인간 주인을 쫓아냈다. 마침내 염원하던 평등 사회를 맞이했지만 이 사회는 그동안 꿈꿔온 세상과 너무 달랐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유는 하나였다. 혁명 주동자들의 치열한 권력 투쟁 속에서 혁명의 이상이 크게 굴절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원칙이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부칙에 눌려 무력화됐다. 77년 전 소련을 겨냥했던 오웰의 풍자는 지금 우리 사회를 비껴가지 않는다. ‘내로남불’이라는 유행어가 보여주듯 ‘나는 빼고’식의 일그러진 엘리트주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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