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기어이 해냈다. 기후변화대응책에 의료개혁안을 곁들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지난 일요일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무난히 가결된 후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 법안 자체만 놓고 보면 기후 재앙을 막기에 충분치 않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올바른 방향으로 내디딘 거대한 첫걸음으로 향후 수년에 걸쳐 더 많은 조치를 끌어내는 데 필요한 초석을 깔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이에 따른 경제적 혜택이 관련 법안의 추가 입법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글로벌 차원의 노력을 이끄는 데 필요한 신뢰를 미국 측에 부여할 것이다.
필자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보다 나은 재건 계획(BBB법안)’에서 밝힌 환경 관련 어젠다가 이번 법안에서 희석됐다고 지적한다. 결국 민주당으로서는 조 맨친 의원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논란을 부른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지원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화석연료 업계에 주는 큼직한 선물이 아닐까.
하지만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런 양보가 기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으로 완전히 묻혀버린다고 지적한다. 프린스턴제로연구소가 취합한 리피트프로젝트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배출가스 감소량과 B.B.B. 하원안에 담긴 배출가스 감소량을 맞비교했다. 보고서의 추산에 따르면 2035년까지 IRA는 BBB가 이뤘을 배기가스 감소량의 90%를 줄이게 된다. 다시 말해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남은 셈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시작부터 바이든 행정부는 당근과 채찍 중 당근만을 사용하는 기후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잘못한 일에 벌금을 매기는 게 아니라 잘한 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현 행정부의 전략은 후일 정치적 배당금까지 지불한다. E 마크와 아이오아나 마리네스쿠의 연구는 “재생에너지의 성장은 비교적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이 같은 현상은 화석연료를 추출하는 일자리가 축소돼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BBB에 담겼던 자녀 세금 공제, 보편적 보육 지원 등 사회적 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이 깎였다. 미국의 의료보험 무보험자 비율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려줄 건강보험보조금 상향안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사회적 지출이 삭감된 것은 뼈아픈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거의 온전하게 지켜냈다.
이에 대해 우파는 어떤 비난을 하고 있나. IRA가 중산층에 대한 큰 폭의 세금 인상이라는 허튼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밋 롬니 부류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법안을 지난해에 나온 ‘미국인구조계획’과 하나로 묶으려 든다. 당시 이들은 미국인구조계획이 고도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는 괘념치 말라.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재빠른 계산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은 향후 10년간 5000억 달러 이하의 지출을 요구한다. 이에 비해 미국인구조계획은 예산 적자 축소와 함께 단일 연도에 1조 9000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이 골자다. 바로 이런 이유로 독립적인 분석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지출 규모가 대단히 크지 않다면 어떻게 이처럼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일종의 변곡점 위에 앉아 있다는 것이 대답이다. 재생에너지 기술은 혁명적인 진전을 이뤘고 재생에너지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화석연료보다 가격이 낮다. 지금 그린경제 전환에 필요한 것은 뒤를 밀어줄 온건한 공공 정책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바로 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이 IRA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 모두가 계산을 하지 못하는 숫자치는 아니다. 예를 들어 롬니는 그가 허튼소리를 하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우리는 지금 거의 틀림없는 보복 정치를 목격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은 단지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를 막기 위해 기후 참사를 피할 최상의 기회를 기꺼이 말살하려 든다.
희소식은 그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됐다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세상은 1주일 전에 비해 훨씬 희망 찬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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