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80%에 달하는 튀르키예(터키)가 또 한 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14%에서 13%로 낮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금리 인상을 극히 꺼리는 비전통적인 경제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잇따라 금리인상 중인 상황과 대조적이다. 그 여파로 튀르키예의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환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CN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CBRT)이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14%에서 13%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CBRT가 올 들어 7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했기에 시장은 이번에도 동결을 점치고 있었지만 '깜짝 인하'를 한 것이다. CBRT는 성명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활동의 추진력이 상실될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앞서 CBRT는 지난해 9~12월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실제 경제 상황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는 CBRT의 낙관과 정반대다. 튀르키예의 7월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9.6%나 증가해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인하 여파로 이날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인 1달러당 18.1리라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리라화가 1달러당 8달러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통화 가치가 급전직하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튀르키예가 고수하고 있는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특한 경제관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상을 "모든 악의 어머니"라고 묘사하며 2020~2021년 중앙은행에 차입금리를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리라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정책 대신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외환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에 대해 리라화 대출을 차단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CNBC 방송은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방법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튀르키예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AM)의 티모시 애시 분석가는 "튀르키예는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리라화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번 금리 인하는) 어리석은 행보"라고 혹평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제이슨 터비 이코노미스트 역시 "튀르키예의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위험한 수준으로 낮다"며 "이번 금리인하는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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