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원이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카터'를 선택한 이유는 간결하다. 새로움, 도전, 그리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액션이다. 이전에 보지 못한 형식의 작품이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누군가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자신이 그 문을 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카터'(감독 정병길)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주원)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과정을 담는다.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된 지 2달,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카터의 머릿속에는 정체 모를 장치, 입안에는 살상용 폭탄이 설치돼 있다. 카터는 귓속으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의지해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찾아 나선다.
'카터'를 통해 약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주원의 연기 변신은 강렬했다. 기존에 보여줬던 반듯하고 단정한 모습 대신, 독기 가득한 눈빛을 장착하고 거친 고난도 액션을 선보인 거다. 주원이 '카터'의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고난도 액션이었다. 장르적 쾌감이 주를 이루는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꽉 채울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도전이었다.
"대본을 처음 받자마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냥 이런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좋았죠. 한국 영화도 액션 오락물을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또 액션의 끝을 보여주자는 목표도 있었고요. 스케일도 컸고, 무엇보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촬영 기법이 신선했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문은 누군가는 열어야 되잖아요. 제가 그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앞서 정 감독은 주원을 카터 역에 캐스팅한 이유로 우수에 찬 눈망울을 꼽은 바 있다. 주원도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눈이라고. 그는 양쪽 느낌이 다른 눈을 가졌기에 감정 표현할 때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정 감독 역시 이런 점을 봤을 거라고 추측했다.
작품에 들어가게 된 주원은 카터의 캐릭터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주원이 대본을 통해 본 카터는 어떤 일이든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강인한 남자였다. 그는 이런 카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택했다.
"든든한 남자의 외적인 면모도 보여주려고 했어요. 분장의 도움을 많이 얻었고,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카터라면 어떤 몸을 갖고 있을까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완전하게 갈라지는 근육보다 큰 근육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것도 압도적으로 큰 근육이면 좋겠다 싶어서 벌크업을 했어요. 근육량뿐 아니라 지방과 같이 늘려서 몸을 커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몸을 만들기 위한 주원의 노력은 극 초반 목욕탕 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욕탕 신은 카터가 티 팬티만 입은 채 장장 20분 동안 목욕탕에서 거대한 무리와 싸우는 장면. 수위 높은 장면과 노출이 연이어 나오지만, 부담은 없었다.
"어머니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이 놀라셨어요. 전 꼭 필요한 노출신이라고 생각해 확신을 갖고 촬영했어요. 전 제 경험이 중요한데, 군대에서 몇 백 명의 남자들과 샤워하잖아요. 그때 전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마음이 들면서 복종하게 되더라고요. 카터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카터는 귀에 들리는 목소리 외에 의지할 게 하나도 없는데, 그걸 표현하는 데 노출이 꼭 필요했습니다."
관련기사
주원은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캐릭터 위에 액션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카터' 속 액션은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데, 하늘, 건물, 기차, 목욕탕, 달리는 차, 맨몸 액션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다양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3~4달은 매일 액션 스쿨에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다.
"현장에서 액션을 외우는 게 불가능한 영화예요. 그전에 다 암기해 놓은 상태에서 촬영해야 되는 작품으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죠. 또 워낙 다양한 공간에서 액션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만한 대비를 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최대한 버벅거리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오토바이 면허증까지 딸 정도로요."
"액션 연습을 할 때 30초짜리 합을 힘차게 맞추면 숨이 턱턱 막혀요. 그런데 그걸 항상 바로바로 반복하면, 1시간 정도 연달아서 해요. 그날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탈진했고요.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제 액션도 한 단계 성장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액션신을 촬영했는데, 가장 체력적으로 힘든 건 돼지가 있는 트럭에서 펼쳐지는 액션이었어요. 그때 해는 정말 뜨거웠고, 달리면서 찍었기 때문에 먼지도 많았죠."
허스키 톤의 목소리는 그간 주원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주원은 강력한 남자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 톤을 바꿨는데, 이는 카터를 한층 거칠게 만든다. 그는 '카터'가 원테이크 형식의 영화기 때문에 목소리를 바꾸게 됐다고 털어놨다. 카메라가 계속해서 카터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다양한 그림을 담고 있기에 카터의 얼굴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는 짧은 순간마다 카터의 모습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듣는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카터의 외형에 지금 제 목소리면 조금 덜 남성스럽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부러 긁는 목소리를 많이 냈는데, 촬영 내내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후시 녹음을 통해 완성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촬영하면서 목에 무리가 가긴 했고요."(웃음)
이렇게 공개된 작품은 "액션의 끝판왕"이라는 반응과 "다소 어지럽다"는 두 가지의 반응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호불호가 강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작품의 성향과는 별개로 주원의 남성미 짙은 감정 연기와 끝까지 파고드는 액션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주원은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제 새로운 모습이어서 그런지, 촬영하는 내내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찍으면서도 '아마 이걸 보시는 분들은 내 변화에 놀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액션으로 꽉 찬 작품이다 보니 좋아하는 분과 싫어하는 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래도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카터'는 저한테 정말 신선하고 자부심 있는 작품이에요. '카터'는 그냥 탄생한 게 아니에요.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작품이죠. 업계에 있는 분들도 '어떻게 찍었지?'라고 반응하니까요. 이런 시도 자체로 박수받았으면 좋겠어요."(웃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