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미국법인인 마스터카드사에 내는 분담금에 법인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외 거래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분담금의 성격이 사업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마스터카드에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국내 8개 신용카드사들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마스터카드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해 2003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분담금을 지급했다. 분담금은 국내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한 발급사분담금 0.03%(결제금액 기준)과 국외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한 발금사일일분담금 0.184%로 구분된다.
세무당국은 국내 카드사들이 지급한 분담금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분담금은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분담금의 성격을 상표권 사용대가로 볼지, 아니면 포괄적 역무제공대가로 볼지였다. 분담금을 상표권 사용대가로 판단할 경우 사용료소득에 해당돼 법인세 과세가 가능한 반면, 포괄적 역무제공대가라고 판단할 경우 사업소득에 해당돼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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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재판부는 발급사분담금은 법인세 과세 대상인 상표권 사용료소득이라고 봤지만 발급사일일분담금은 마스터카드사의 국외 결제시스템 이용과 관련된 사업소득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법인세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분담금이 국내원천소득임을 증명할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며 "피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분담금 중 원천징수 대상인 상표권 사용과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 부분을 구분할 수 없어 전부 취소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국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발급사분담금은 법인세 대상인 상표권 사용료소득이라고 봤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결제시스템이 이용될 뿐 마스터카드사의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인 사용료소득이라는 것이다. 반면,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일부를 사용료소득으로 본 원심 판단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발급사일일분담금은 전부가 사업소득에 해당해 이 중 일부를 과세대상인 상표권 사용료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마스터카드사가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제공한 포괄적 역무와 관련해 발생한 것으로 분담금 전액이 사업소득에 해당한다"며 "발급사일일분담금의 소득 성격은 하나로 파악하는 게 자연스럽고 그 일부를 사용료소득으로, 나머지를 사업소득으로 구분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오랫동안 문제돼 왔던 마스터카드사에 지급한 분담금에 관해 그 소득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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