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례 행사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뉴욕 증시를 비롯한 시장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행사에서 그동안 시장에 팽배했던 낙관론에 경종을 울리고 ‘매파’ 행보를 예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다.
22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2.14% 떨어진 4137.99로 장을 마감했다. 두 달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55%, 다우존스지수도 1.91% 각각 급락했다. 업홀딩스의 로버트 캔트웰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시장이 이 정도로 떨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연준이 더욱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 와이오밍주 휴양지에서 해마다 8월에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세계 중앙은행들, 특히 미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파월 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한 달 만에 첫 대외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7월 FOMC 이후 시장에서는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긴축 완화 가능성을 일축할 수 있다는 매파 발언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41년 만에 미국 경제를 강타한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1968년 이후 최저 수준인 실업률 등을 고려할 때 긴축을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간의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는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투입 비용 전반이 올라 앞으로 수년간 가격 수준을 조정해나가야 하는 변동성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기 때문에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전제부터 틀렸다는 시각이다.
헤지펀드들은 이미 연준의 매파 행보를 전제로 한 계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이 제시하는 단기 조달금리(SOFR) 선물 시장에서 매도 계약이 69만 5493건으로 지난달의 약 3배에 이르렀다. 이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긴축 완화에 선을 그을수록 이익을 얻는 계약이다. 선물 중개 업체 RJ오브라이언의 존 브래디 이사는 “(헤지펀드들이) 잭슨홀 미팅이 끝난 후 국채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채 시장도 긴축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금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0.077%포인트 오른 3.31%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9.05로 7월에 기록한 2002년 이후 최고치(109.30)에 근접했다.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 신호를 강하게 보낼 것이라는 관측 속에 선물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연준이 0.75%포인트의 공격적 금리 인상을 이어갈 확률에 다시 힘이 실렸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 툴에서 연준이 9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은 58.5%로 전 거래일의 47%에서 크게 높아졌다. 반면 0.5%포인트 금리 인상인 ‘빅스텝’ 확률은 53%에서 41.5%로 하락했다.
연준의 긴축 완화 속도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경제학자 198명으로부터 회신을 받은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연준이 향후 2년 내에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 전혀 자신이 없거나 확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72%는 내년 중반쯤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 중 19%는 침체가 시작됐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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