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수입 비율은 84.4%로 2018년(64.9%)보다 19.5%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코발트는 53.1%에서 81.0%로, 천연 흑연은 83.7%에서 89.6%로 뛰었다. 3개 핵심 소재의 중국산 수입 비율이 모두 80%대여서 중국 의존이 거의 절대적이다.
우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를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로 올라선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을 막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내 배터리 공장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유사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을 때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의 자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요 소부장의 탈(脫)일본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로 인해 되레 중국 의존도만 더 높이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소부장 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애자 국내 기업이 소재 개발 대신 중국산 수입에 치중한 것이다.
배터리 소재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네온·아르곤·헬륨 등 반도체 희귀 가스는 러시아, 반도체 소부장은 일본과 함께 대만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한다. 소부장에서 진정한 자립을 실현하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와 수입처 다변화 방안 등을 점검해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호주·중남미·아프리카 등 핵심 소재 원료인 광물 보유국들과 협력해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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