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표준을 주택 수에 상관없이 11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다주택자 종부세 공제액은 6억 원으로 중저가 2주택 소유자가 고가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과세표준 10억 9000만 원과 11억 1000만 원 사이에 문턱이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건축 권한을 광역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도록 도시정비법도 개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부동산과 관련해 무더기 입법을 예고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맞서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생색내기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 공제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1주택자의 경우 올해 한시적으로 공제액을 14억 원으로 올리고 이사 등의 목적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되면 1주택자 혜택을 주는 특례 조치도 내놓았다. 이를 담은 정부의 종부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직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 특례 신청 기간은 다음 달 16~30일이다. 국세청이 9월 6일 즈음에 대상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해야 원활한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세청이 법 통과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8월 20일은 이미 지나갔다. 입법 지연으로 법안의 영향을 받는 최대 50만 명의 납세자들이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안에라도 법안이 통과될 경우 특례 신청이 가능하지만 준비 기간이 짧아 곳곳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특례 신청 기간을 넘겨 처리된다면 납세자들은 직접 고지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불편까지 겪어야 할 판이다. 여야는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입법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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