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첫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24일 나온 평가다. 전날 국회에선 김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을 둘러싼 공세에 대해 작심한 듯 반박하는 모습이 몇 번이나 연출 됐다. 최근 ‘윤핵관(정치권 출신 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위세가 꺾이자 “비서는 비서일 뿐, 입이 없다”던 김 비서실장이 ‘그림자 수행’에서 벗어나 전면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金 사적채용엔 “역대 공적채용 있었나”
“김건희 여사, 건진법사와 교류 없다”
金 “가감 없이 전달” 尹에 직언 자처
“김건희 여사, 건진법사와 교류 없다”
金 “가감 없이 전달” 尹에 직언 자처
김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준 인사 논란부터 반박에 나섰다. 김 비서실장은 소위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과 정치권 추천 인사들을 대통령실에 기용한 ‘사적채용’부터 해명했다.
김 비서실장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저도 대통령실(근무)은 지금 5번째인데 과거에도 (채용 방식이) 다 그랬다”며 “대통령실을 공개 채용한 사례는 없다.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비서실장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해명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지금 김 여사가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는 게 맞느냐”고 말하자 김 비서실장은 “김 여사가 뭘 잘못했는지 먼저 말해 달라. 의혹만 갖고 지금 공식석상에서 여사를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이라고 받아쳤다.
대선 때부터 제기되던 소위 ‘무속 의혹’도 일축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의 이 같은 질의에 김 비서실장은 “체크해봤는데, 한 1년간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해서는 “지금 (비서실) 직원이 400명이 넘고 안보실까지 합치면 거의 500명 정도가 된다”며 "질의한 취지는 알겠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충분한 보좌는 이뤄지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장관급 후보자 5명이 낙마한 ‘인사 참사’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김 비서실장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그 인사검증 책임은 누가 지느냐”라고 질타하자 “굳이 말하자면 제가 져야겠다”고 답했다.
다만 김 실장은 야당이 사퇴를 요구하자 “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자리가 아니라고 본다”며 “부족한 면이 있으면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운영위에서 "오늘 위원님들의 조언을 경청해 대통령께 가감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간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김 비서실장은 전날 첫 국회 데뷔전에 나서 예상 외의 강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쇄신 칼날. 윤핵관 주변인물로 향해
일각선 “윤핵관 꺾이자 자신감 찾아”
金 대통령실 핵심만 4번 한 ‘베테랑’
‘尹心’ 실리자 그림자 수행→역할론
일각선 “윤핵관 꺾이자 자신감 찾아”
金 대통령실 핵심만 4번 한 ‘베테랑’
‘尹心’ 실리자 그림자 수행→역할론
김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고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던 지난달 24일에 기자들과 만나 “저 누군지 아세요? 하도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라며 농담을 할 정도로 앞에 나서지 않았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 비서실장은 평소 '비서는 말이 없다, 입이 없다'는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김 비서실장이 대통령실 조직 및 인적개편을 브리핑하고 21일에는 직접 발표했다. 이어 전날은 국회 운영위에 나서 야당이 제기한 공세를 앞장서서 반박했다.
국회 운영위는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는 불편한 자리다. 문재인 정부의 일부 비서실장은 운영위에서 격한 감정을 내뱉다 구설수에 휘말리곤 했다. 하지만 관료 출신인 김 비서실장은 점잖은 말투로 야당의 공세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무리한 주장에 대해서는 헛웃음을 짓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은 소위 윤핵관의 후퇴와 맞물려 커진 김 비서실장의 존재감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근 정치권 출신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고 또 다른 비서관은 문건 유출 정황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또 정치권 추천으로 온 행정관들이 줄줄이 대통령실에서 짐을 싸고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대상만 10명이 넘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주요 감찰 대상들은 실세를 자처했던 윤핵관이 추천했거나 지근거리에 있던 인물로 알려졌다.
김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서는 타이밍에 내부 감찰까지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관료와 검찰 출신인 ‘늘공’ 윤핵관들과 정치권 출신 ‘어공’ 윤핵관들이 대통령실 일부에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관전평까지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설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무원 출신인 분들이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적을 쳐내듯이 감찰하고 이런 일은 체질에 안 맞는 분들”이라며 “대통령실이 3개월 동안 일하며 체계가 잡혀가고 있으니 문제를 들여다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대적인 감찰이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의 신호 없이 검찰 출신 비서관이 정치권 출신 비서관을 감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 개편 흐름만 보면 인적쇄신의 대상이 참모진이 아닌 윤핵관 주변 인물들인 점도 이 같은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
100일을 갓 넘긴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윤핵관이 추천한 장관 후보자들이 대거 낙마하고 주변 인사들이 구설수에 오르며 정권동력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갔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밖에서 책임은 지지 않고 인사를 휘두르며 권세만 누리려는 윤핵관들에게 실망했다는 말까지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시대적 과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윤 대통령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실무 전문가들인 관료 출신 참모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이 사실이면 정통 관료출신인 김 비서실장의 더 역할과 권한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김 비서실장이 대통령실의 변화한 역학구도를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보여줬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이 조용한 편이지만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경제수석, 정책실장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는 비서실장까지 청와대(대통령실) 핵심만 네 번한 인물”이라며 “누구보다 대통령실 구조와 생리에 대해 잘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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