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글로벌 신드롬의 주역은 아티스트들이지만, 그 존재를 가능케 한 것은 K팝의 제작 시스템이다. K팝 수출 영역이 음악을 넘어 제작 시스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세계 2위 시장 일본도 K팝 제작 시스템을 도입 중이고, 세계 곳곳에서 K팝 제작 시스템과 그를 활용한 현지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 2022 LA에는 CJ ENM과 일본 최대 규모의 연예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의 합작사인 라포네 엔터테인먼트의 INI가 무대를 펼쳤다. INI는 K팝 시스템으로 제작된 현지 아이돌로, 일본 아이돌계를 독점하고 있는 쟈니스사무소를 위협 중이다. 이들은 일본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멤버 후지마키 쿄스케는 “J팝을 기초로 K팝의 장점들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CJ ENM의 음악 사업은 라포네의 호성적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9.4% 늘었다. INI 멤버들은 “한국·일본·중국의 문화 교두보가 되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에도 우리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드 트레이닝·전문화·분업화로 대표되는 K팝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 INI 멤버들은 “한국의 연습량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출퇴근이 보편적인 일본과 달리 한 건물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임희석 라포네 이사는 “보수적·폐쇄적인 일본에 K팝 시스템 도입이라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엄격했던 저작권 정책도 풀려 미디어·팬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사진과 영상을 담을 수 있게 됐고, 폐쇄적인 계약 구조도 개선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프로듀싱·댄스 등에서도 한국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임 이사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라며 “댄스 스튜디오 등에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만의 일도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 제작 시스템을 수출하는 MOU를 체결했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는 K팝 창작안무 교육과정이 개설됐고, 케이콘에서 수료생들이 공연을 펼쳤다.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가치' 등 한국식 아이돌이 활동 중이다.
케이콘에서는 글로벌 오디션도 진행됐다. 글로벌 보이그룹 프로젝트 ‘보이즈플래닛’의 오디션이다. 홍콩에서 왔다는 로로(27)는 “2006년부터 빅뱅의 팬이었다”며 “직접 K팝 아이돌이 되어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글로벌 오디션으로 결성된 케플러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팬과의 콜라보 무대 오디션에 수백 명이 몰리기도 했다. 케플러는 글로벌 K팝 팬덤이 선정한 2022 상반기 데뷔한 최고 아이돌로 뽑혔다. 멤버 마시로는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탄생해 큰 관심을 받고 있어 해외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고, 히카루는 “나도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데뷔해 오늘 도전하는 친구들을 응원 중”이라고 밝혔다.
K팝 시스템으로 제작되는 현지 아이돌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이브 레이블스 재팬도 현지 오디션을 진행 중이고, JYP엔터테인먼트도 미국·일본 등지에서 현지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다. 임 이사는 “현지에서의 수용성과 시장성이 높은 K팝 DNA에 기반한 현지 아이돌은 대세가 될 것”이라며 “다만 오디션 범람으로 대중의 피로도도 감지되고 있어 대안 고민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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