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당첨금 57억 원짜리 1등 로또를 차지하기 위한 남북 군인들의 협상전을 다룬 코미디 영화 '육사오(6/45)'가 개봉 당일인 24일 예매율 1위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하는 등 '한 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진 가운데, 로또를 다룬 영화는 전세대를 막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여기 또 하나의 로또 1등 당첨기가 있다. 2020년에 개봉한 영화 '럭키 몬스터'(봉준영 감독)는 빚에 허덕이다 못해 아내와 위장이혼까지 하게 된 영업직 남편 도맹수(김도윤)가 로또 1등 50억 원에 당첨되면서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단, 그 과정이 아주 독특하다.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한 첫 장편 데뷔작인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2019년)에서 KTH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주인공 도맹수는 영업팀 중에서도 위기사원으로 낙인찍힐 만큼 판매에는 소질이 없다. 빚 때문에 사채업자한테 쫓기는 신세다. 스트레스에 환청까지 들리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을 한없이 믿고 격려한다. 사채업자 노만수(우강민)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어느 날 아내를 찾아갈 거란 협박까지 듣게 되고 설상가상 아내와 연락도 되지 않는다. 결국 도맹수는 아내를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한다.
환청은 점점 심해지며 도맹수를 괴롭힌다. 뭔가, 라디오 방송 같다. "도맹수를 위한, 도맹수에 의한, 도맹수만이 듣는 '다이다이' 방송! 161803398MHz!" 무심코 도맹수는 환청 속 숫자를 떠올려 로또 종이에 써 본다. 그리고 당첨. 로또 1등, 무려 50억 원이다. 도맹수는 당첨금을 찾자마자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나선다. 그런데 아내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경찰도 '실종'이 아니라 '이별'이라며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한다.
도맹수는 마지막 희망으로 HB컨설팅에 전화를 건다. 양복을 갖춰입은 최필연(박성일), 박건아(배진웅) 두 사람이 그를 맞이하고. 둘은 전문가답게 모든 일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럭키 몬스터'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감독이 만들어낸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다. '로또'와 '환청'이라는 소재를 결합시켜 이색적인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를 보며 피식, 웃게 되다가도 틈틈이 섬뜩한 장면에 깜짝 놀라게 되기도 하는데. 잃어버린 아내를 찾으러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아내에게는 왠지 비밀이 감추어져 있는 느낌이다. 도맹수를 쫓아다니던 사채업자와 어떠한 사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도맹수는 그런 아내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한다.
오직 도맹수만을 위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DJ '럭키 몬스터'(박성준)는 마침내 도맹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도맹수를 시시때때로 툭툭 건드리더니 그의 상상을 끝내 현실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결국 초식동물 같던 주인공이 로또 1등에 당첨되면서 괴물이 되어가는 줄거리인데, 결말에서 그동안 조용히 삭히고만 살았던 주인공의 내면이 마침내 맹수처럼 폭발하는 순간을 맞는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다들 이렇게 변하게 되는 걸까.
<반도>, <곡성> 등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김도윤 배우가 첫 주연을 맡았고 천만 영화 <극한직업>에서 신하균의 오른팔 '선희' 역할로 나왔던 장진희 배우가 아내 성리아 역으로 등장한다. '럭키 몬스터' 역은 <화이>, <정직한 후보>, <런 온>, <보좌관2> 등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는 박성준 배우가 맡았다. 그 외에도 고규필(연모), 장유(오징어게임) 등 낯익은 얼굴이 많다.
아마 한 번 쯤은 상상해봤을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에 관한 아주 독특한 영화. 로또 1등 당첨을 기원하며 끝까지 감상해보시기를.
◆시식평 - 어설픈 영화들보단 발칙한 상상이 주는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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