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관으로부터 22년 만에 사과를 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 최모씨와 당시 익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이모씨 측은 이달 22일 서울고법 민사20-3부(박선영 김용하 홍지영 부장판사) 중재로 조정에 합의했다. 이씨는 “관여자 중 한 명으로서 사과한다”는 뜻을 전하기로 했고 최씨는 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조정은 법원이 판결보다 원·피고 간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때 유도하는 절차다. 조정이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법원 조정에 따라 마지막 피고였던 이씨에 대한 소송까지 취하되면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둘러싼 민사 소송은 약 5년 만에 마무리됐다. 사건 발생으로부터는 22년 만이다.
최씨는 16세였던 2000년 전북 익산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세)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수사 기관은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용의자를 붙잡고도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용의자는 당시 불기소 처분됐지만 이후 진범인 게 드러나 2018년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2016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씨와 그의 가족은 정부와 이씨, 당시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김훈영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해 총 16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정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최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는 지난해 12월 최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소송이 취하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