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잇몸병이라고 불리는 치주질환이 있으면 암 발생 위험이 1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혈액암·방광암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평소 입 속 세균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주는 것 만으로도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세의료원은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정인경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김백일 연세대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김백일 교수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치주질환은 치아를 감싸고 지지하는 잇몸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음식물을 섭취한 뒤 칫솔질로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쌓인 치면 세균막이 굳어서 생긴 치석에 세균이 서식해 염증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치주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740만 명으로, 감기를 제치고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연구팀은 국가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5만 여 명과 치주질환이 없는 66만 여 명 등 총 71만여 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암 발생률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군에서 치주질환이 없는 군에 비해 전체 암 발생의 상대 위험도가 약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암종 중 면역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혈액암의 경우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서 치주질환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발생 위험이 39.4% 더 높았다. 이외에도 방광암 발생 위험이 30.7%, 갑상선암이 19.1%로 뒤를 이었고 대장암(12.9%)·폐암(12.7%)·위암 (13.6%) 등도 치주질환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건강한 사람의 구강에도 700종류의 세균이 약 2억 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 다만 치주질환이 있으면 혈류에 인터루킨, 종양괴사인자(TNF)-알파 등의 염증성 인자가 증가하면서 심장질환, 암과 같은 만성 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다수의 선행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치주질환은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까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치태를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서서히 딱딱한 치석으로 변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평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김한상 교수는 “치주질환과 암 발생률 증가의 상관관계를 확인함으로써 금연, 운동, 채식 외에도 적극적인 구강 관리가 암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의 발병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치주질환이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