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정보를 제공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중국 상장사들이 ‘무더기 상장폐지’를 모면하게 됐다.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26일(현지 시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재정부가 미국에 상장된 자국 회사에 대한 중국 회계법인의 감사 자료를 미국 측에 넘기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PCAOB는 감사 대상 상장사를 선정할 때 중국 당국과 별도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PCAOB 감사관은 중국 회계법인에서 작성한 감사 조서를 모두 열람하고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감사에 참여한 관련 인사도 면담할 수 있게 되는 등 직접감사 권한이 커졌다.
그간 미국은 중국 본토와 홍콩에 등록된 회계법인을 자국 당국이 직접 조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중국 측에 요구했으나 중국은 ‘기업 감사권은 주권에 해당한다’며 거부해왔다. 이에 미 의회는 3년 연속 회계 규정을 위반한 중국 기업을 2024년부터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의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2020년 말 제정했다.
이번 합의로 미 증시에 상장된 280여 곳의 중국 기업 가운데 HFCAA에 근거해 퇴출 위기에 처했던 알리바바·바이두 등 160여 곳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1조 3000억 달러에 달한다.
다만 중국 측은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양국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증감회는 “중미 간 감사 협력 문제에서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면서도 “중국 기업들의 민감한 기밀을 미국 당국이 직접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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